잃어버린 40년..
잃어버린 40년..
  • 박세희 수습기자
  • 승인 2013.07.1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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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년전,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부장판사 박평균)는 15일 “국가는 정 씨와 가족에게 26억37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 씨는 평온한 일상을 살다가 40년 가까이 사회적 냉대를 당하고 가족들마저 그릇된 낙인으로 인해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었다”며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일을 겪게 된 정 씨의 손해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춘천경찰서 역전파출소장의 딸A양(당시 9세)은 실종된 지 14시간 만에 춘천시 우두동 논둑길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부검결과 A양은 성폭행당한 뒤 목 졸라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자 내무부는 "1972년 10월 10일까지 범인을 검거하라는 시한을 정해놓고 그때까지 범인을 잡지 못하면 관계자를 문책하겟다."는 시한부 검거령을 내렸다.

범인은 바로 A양이 자주 드나드는 만화방 주인 정원섭씨(79·사건 당시38세) 였다.

사건 발생 후 용의자 30여명 중 정씨도 포함되어 있었다. A양 살해 현장에서 발견된 15.8cm길이의 연필 한 자루와 머리빗 한개의 증거로 정씨를 잡았다.

경찰은 정씨의 아들에게 연필을 보여주며 "이게 네 연필이 맞냐"고 묻자 아들은 "맞다"고 답했다. 연필을 물증으로 내세으며 정씨를 범인으로 몰아세웠으며, 정씨도 가혹행위를 견대지 못하고 범행을 인정했다. 연필 한 자루로 범인을 잡은 셈이다

이듬해 3월 1심 법원은 정씨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하고 1973년 11월 대법원도 정씨의 유죄를 확정해 옥살이 15년 동안 이어졌다. 그는 1987년 성탄절을 하루 앞둔 12월 24일. 정 씨는 광주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모범수로 가석방됐다.

1997년 정씨는 박찬운 임영화 변호사 등과 함께 지난 25년의 진실을 캐나가기시작했다. 무죄를 확신한 변호인들은 1999년 11월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다 잊고 용서해 보려 했지만 잃어버린 명예만큼은 되찾고 싶었던 마음에서다.

서울고법은 2001년 10월 “증인들이 진술을 번복한 내용을 믿기 힘들다”는 이유로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위원회는 경찰이 고문과 가혹행위를 하고 증거를 조작했다는 흔적을 발견하고 사건 1심을 선고한 춘천지법에 재심을 권고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37년 만에 법원은 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년 뒤 대법원도 정 씨의 무죄를 확정했다. 증거 부족과 강압에 의한 허위 진술 때문이었다. 누명을 벗은 정 씨는 경찰이 저지른 고문, 회유, 협박 등의 불법 행위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부장판사 박평균)는 15일 “국가는 정 씨와 가족에게 26억37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 씨는 평온한 일상을 살다가 40년 가까이 사회적 냉대를 당하고 가족들마저 그릇된 낙인으로 인해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었다”며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일을 겪게 된 정 씨의 손해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기막힌 정씨의 인생을 모티브로 한 영화 '7번방의 선물'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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