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人] 【26】 이지원 "생명과 죽음에 대한 성숙한 이해가 행복한 삶의 바탕"
[마이크人] 【26】 이지원 "생명과 죽음에 대한 성숙한 이해가 행복한 삶의 바탕"
  • 장하림 기자
  • 승인 2018.07.17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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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생사학아카데미 대표에게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에 대해 인터뷰하다
지금 당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안해, 용서해,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을 하라

통계청이 조사한 2017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는 전체 인구의 13.8%를 차지하고, 2045년에는 고령자 가구가 47.7%에 이를 전망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급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 지난 2월 4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본격 시행됐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치료 효과 없이 환자의 생명만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 투여 등 의료행위를 거부하거나 중단하는 것이다.

재단법인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초까지 연명의료를 하지 않은 환자는 약 8500명이며, 연명의료를 거부하는 계획서 및 의향서 작성자는 3만 명을 넘어섰다.

톨스토이는 “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연 어떤 준비가 필요한 걸까. 지난 14일, 생명과 죽음에 대한 성숙한 이해를 바탕으로 생명의 존엄성을 말하는 생사학아카데미 이지원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누구나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죽음에 대해선 잘 생각하지 않는다"며, "의학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백세인생을 꿈꾸지만, 무모한 생명 연장은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린다"라고 말했다.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도 있기에 삶과 죽음은 늘 함께한다. 죽음이 자신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 생의 마지막 순간을 존엄하게 맞을 수 있고, 삶 역시 더욱 소중함으로 다가온다고 강조했다.

또한, 죽음을 앞둔 이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용서와 화해를 하지 못하고 떠나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안해, 용서해,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을 지금이라도 당장 할 것을 당부했다.

이 대표는 "생명과 죽음에 대한 성숙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 생명의 존엄성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지원대표가 생과 사의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사진=정해성 기자
이지원대표가 생과 사의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사진=정해성 기자

다음은 이날 이지원 대표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 다소 생소한 '생사학'이란 무엇인가
"처음 생사학은 타이완 학자 푸웨이쉰 교수가 죽음학을 타이완에 뿌리내리는 노력을 한 것으로 시작되었다.
삶의 가치와 깨달음을 중요하게 여기는 동양의 전통과 죽음에 집중하는 서양의 죽음학을 결합하여 삶과 죽음을 아우르기 위해 내세운 개념이다.
타이완에선 생사학, 일본에선 사생학이라 불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죽음학, 임종(臨終)학, 사망(死亡)학, 생사(生死)학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 생사학아카데미의 대표를 맡고 있는데, 무엇을 가르치나
"생사학아카데미의 생사학은 죽음은 삶 속에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며, 언제 일어날지 모르지만, 생애가 마무리되는 마지막 과업으로 여기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이들의 죽음을 보게 되지만, 정작 자신의 죽음에 대해선 잘 생각하지 않는다. 현대 과학 문명과 의학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백세인생을 기대하지만, 지나치게 무모한 생명 연장은 인간의 존엄성을 처절하게 무너뜨리는 결과도 불러온다.
이런 지점에서 죽음학(Thanatology)이 등장했다. 죽음학은 죽음을 ‘성장의 마지막 단계’로 설정하는 데서 출발하고 죽는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자각과 성찰을 통해 죽음이 자신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 생의 마지막 순간을 존엄하게 맞을 수 있고, 삶 역시 더욱 소중함으로 다가올 것으로 기대한다"

- 대학시절 간호학을 공부했는데, 생사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게 된 계기는
"간호학은 환자를 돌보는 일뿐만 아니라 다양한 삶을 알 기회와 경험이고, 나의 삶 전반에 걸쳐 큰 도움이 됐다.
졸업 후에 보건소에서 일하며, 대학원에서 평생교육학을 전공했다. 세부전공으로 유머와 웃음치료를 배우며,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재평가할 수 있었고 지역주민의 건강증진 향상을 위한 보건교육에 접목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죽음이 뭔지에 대한 호기심과 의문으로 생사학을 공부하게 됐다"

- 생사학을 공부하면 우리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될까
"죽음과 죽음의 과정을 이해하면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공포감이 훨씬 줄어든다. 또한 생명의 본질과 의미에 대해서도 선명하게 알게 된다.
자신의 죽음을 바라보면, 삶에서 만나는 시련과 역경도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더욱더 풍요롭고 충만하게 누리게 된다"

- 생사학아카데미의 앞으로의 계획은
"생사학아카데미는 삶과 돌봄이 있는 치유 공동체다.
한국적 생사담론 정립과 확산을 위한 연구, 인문학 강연회, 생명교육 사업, 상실치유 애도 상담 Well-Bye와 자조모임을 하고 있다. 또한 여러 유관기관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자살예방, 생명존중, 평화실현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연대를 통해 우리 사회 문화 운동을 꾸준히 해나갈 계획이다"

- 개인적 소망과 독자를 위한 말씀 부탁드린다
"생명과 죽음에 대한 성숙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 생명의 존엄성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죽음을 앞둔 분들에게 삶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이 뭐냐고 물으면 많은 분들이 용서와 화해를 하지 못하고 떠나는 일을 손꼽는다. 
‘품위 있는 죽음의 조건’ 저자인 호스피스 의사 아이라 바이오크는 죽음 앞에서 반드시 해야 할 다섯 가지 말을 '당신을 용서합니다, 저를 용서하세요, 감사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안녕히 계세요'라고 했다.
우리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 지금 바로 사랑하는 분들에게 ‘미안해, 용서해,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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